출제와 시험지 제작·2026-08-22·읽는 데 약 5분
연산 학습지를 무작위로 뽑으면 가끔 이상한 문제가 섞인다. 틀린 문제가 아니라 시시한 문제다. 답은 분명히 있는데 아이가 그 답을 계산해서 얻지 않는다.
몇 가지를 나열해 보면 무슨 말인지 바로 안다.
이 문제들의 공통점은 아이가 두 수를 보기만 하고 답을 적는다는 것이다. 나눗셈을 배우는 자리에서 나눗셈을 안 하고, 곱셈 칸에서 곱셈을 안 한다. 스무 문제 중 서넛이 이러면 그 학습지는 스무 문제짜리가 아니라 열예닐곱 문제짜리다.
혼합 계산에서는 다른 종류의 시시함이 나온다. 괄호가 붙어 있는데 있으나 없으나 답이 같은 경우다.
12 + (3 × 4)를 보자. 괄호를 지워도 곱셈이 먼저라 답이 같다. 이 문제는 괄호를 묻는 것처럼 생겼지만 실제로는 아무것도 묻지 않는다. 아이가 괄호를 무시하고 풀어도 정답이 나오니, 괄호를 잘못 이해하고 있어도 그 사실이 드러나지 않는다.
틀린 이해를 걸러내지 못하는 문제는 채점의 의미가 없다. 혼합 계산 문제를 만들 때는 괄호를 지웠을 때 답이 달라지는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.
2.6 × 8.0 같은 문제도 곤란하다. 8.0은 8이다. 교과서는 이렇게 쓰지 않는다.
문제는 아이가 여기서 배우는 것이 틀린 습관이라는 점이다. 8.0을 소수 한 자리로 세면 답의 소수점 자리를 잘못 잡게 되고, 8로 보면 그건 애초에 소수 곱셈 문제가 아니다. 어느 쪽으로 가도 얻는 게 없다.
기계로 문제를 뽑을 때 특히 잘 생긴다. 「소수 한 자리 × 소수 한 자리」라는 조건만 걸면 8.0이 그 조건을 만족하기 때문이다. 조건에 「끝자리가 0이 아닐 것」을 한 줄 더 넣어야 한다.
3/6 + 1/9 같은 문제도 다시 볼 만하다. 3/6은 이미 1/2이다.
교과서가 이렇게 안 내는 이유가 있다. 이 한 줄이 두 가지를 한꺼번에 묻기 때문이다. 먼저 약분하고 통분하라는 것인지, 3/6인 채로 통분하라는 것인지 아이가 골라야 한다. 어느 쪽으로 풀어도 답은 같지만, 아이는 「내가 지금 뭘 하는 게 맞나」를 고민하는 데 시간을 쓴다.
통분을 연습시키려면 문제로 주는 분수도 기약분수여야 한다. 다만 분모가 같은 덧뺄셈(4학년 과정)은 예외다. 거기서 6/8을 3/4으로 줄이면 「분모가 같다」는 전제 자체가 깨진다.
시시함의 반대편에도 함정이 있다. 대분수 나눗셈을 무작정 뽑으면 이런 것이 나온다.
4 2/5 ÷ 2 5/6의 답은 132/85, 대분수로 1과 47/85다. 셈은 맞다. 하지만 교과서가 내는 꼴이 아니고, 이런 걸 스무 개 풀면 나눗셈을 배우는 게 아니라 큰 수를 견디는 연습이 된다.
가분수로 바꿔 뒤집어 곱하면 분모가 금방 커지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다. 답의 분모에 상한을 두는 것이 실용적이다. 12나 24 정도면 교과서 문제 대부분이 그 안에 들어온다.
연산 문제를 손으로 만들든 도구로 뽑든, 아래 다섯 가지는 한 번씩 확인해 볼 만하다.
좋은 문제는 아이가 배운 절차를 실제로 거치게 만드는 문제다. 답이 있는 것과 답을 계산하게 만드는 것은 다른 일이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