출제와 시험지 제작·2026-08-22·읽는 데 약 6분
문제를 스무 개 넣었더니 마지막 두 줄이 다음 장으로 넘어간다. 열여덟 개로 줄였더니 아래쪽 삼분의 일이 하얗게 빈다. 학습지를 만들어 본 사람이면 누구나 겪는 일인데, 이게 감으로 맞출 일이 아니라는 것이 이 글의 요지다.
A4는 210 × 297mm다. 그런데 297mm를 다 쓰지는 못한다. 가정용·사무용 프린터는 종이 가장자리를 물어 잡아야 해서 위아래로 최소 5mm씩 인쇄가 안 되는 띠가 생긴다. 여기에 이름 칸과 걸린 시간 칸이 위에서 20mm 안팎을 먹는다.
남는 높이가 문제를 놓을 자리다. 실제로 화면에서 재어 보면 꾸밈이 있는 종이 기준 839픽셀, 96dpi로 환산해 약 222mm가 나온다. 297에서 시작해 75mm가 이미 사라진 셈이다.
여백 설정도 생각보다 크게 먹는다. 여백은 위아래 양쪽에 붙으니 한 단계 넓히면 두 배로 줄어든다. 재어 보니 한 단계에 38픽셀, 약 10mm였다. 「넓게」로 두면 「좁게」일 때보다 문제가 두 줄 덜 들어간다.
여기 적은 숫자는 뚝딱 산수에서 실제 화면을 재어 기록해 둔 값이다. 프린터와 브라우저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.
「3학년이니까 스무 개」 같은 기준은 잘 안 맞는다. 같은 3학년 문제라도 모양에 따라 차지하는 높이가 세 배까지 벌어지기 때문이다.
가로셈 한 줄과 긴 나눗셈 한 개를 나란히 놓아 보면 바로 보인다. 가로셈은 글자 한 줄이지만, 긴 나눗셈은 몫을 적을 자리, 곱해서 내려 적을 자리, 빼서 남길 자리까지 세로로 쌓인다.
한 단(세로 한 줄기)에 들어가는 문항 수를 모양별로 재면 이렇게 나온다.
| 문제 모양 | 한 단에 들어가는 수 | 보기 |
|---|---|---|
| 가로셈 | 13 | 24 + 38 = |
| 분수 | 7 | 3/5 + 1/4 = |
| 수 모형(가르기·모으기) | 6 | 10을 6과 □로 |
| 표 채우기 | 5 | □에 알맞은 수 |
| 세로셈 | 4 | 두 줄로 쌓아 쓰는 덧셈 |
| 긴 나눗셈 | 3 | 몫과 나머지를 적는 나눗셈 |
2단 배치 기준. 두 단이면 이 값의 두 배가 한 장 분량이다.
위 표를 두 단으로 놓고 계산하면 실제 한 장 분량이 나온다. 가로셈이라면 스물여섯 개, 세로셈이라면 여덟 개다. 세 배 넘게 차이 난다.
여기서 흔한 실수가 생긴다. 가로셈 학습지를 스물네 문제로 잘 쓰다가, 세로셈으로 바꾸면서 문항 수를 그대로 두는 것이다. 화면에서는 목록이 스물네 줄로 멀쩡히 보이는데 인쇄를 누르면 세 장이 나온다.
섞어 낼 때는 더 헷갈린다. 가로셈 열 개에 세로셈 여섯 개를 넣으면 열여섯 문제인데, 차지하는 자리로 따지면 가로셈 스물여섯 개어치를 이미 넘긴다.
한 장에 더 넣고 싶으면 방법은 셋이다. 글자를 줄이거나, 여백을 줄이거나, 문항 사이 간격을 줄이거나.
그런데 글자를 줄여도 높이가 그만큼 안 준다. 문항 사이 여백과 번호 동그라미는 글자 크기를 따라가지 않기 때문이다. 재어 보니 글자를 「작게」로 바꿔도 가로셈은 7퍼센트, 세로셈은 17퍼센트 정도만 더 들어갔다. 글자를 20퍼센트 줄이면 20퍼센트 더 들어갈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.
더 중요한 것이 따로 있다. 세로셈과 긴 나눗셈에서 아이는 문제 옆에 계산을 한다. 받아올림한 1을 작게 적고, 곱한 값을 내려 적고, 지우고 다시 적는다. 이 자리를 뺏으면 아이는 다른 종이에 계산하게 되고, 그러면 나중에 어디서 틀렸는지 못 찾는다.
빈칸이 남는 게 아까워 보여도, 세로셈 학습지의 아래쪽 여백은 낭비가 아니라 작업 공간이다.
지면이 아니라 시간으로 정하는 방법도 있다. 아이가 앉아 있을 수 있는 시간을 한 문제 푸는 시간으로 나누는 것이다.
초등 저학년은 한 번에 10~15분, 고학년은 20~25분이 현실적인 한계다. 한 자리 덧셈은 한 문제에 5초 안팎, 두 자리 세로셈은 15초, 긴 나눗셈은 40초를 넘기기도 한다.
2학년에게 두 자리 세로셈을 준다면 15초 × 20문제로 5분이니 여유가 있고, 4학년에게 긴 나눗셈을 준다면 40초 × 20문제로 13분이라 이미 만만치 않다. 같은 스무 문제인데 체감이 전혀 다르다.
지면 기준과 시간 기준 중 작은 쪽을 고르면 대체로 안 틀린다.
학습지 한 장의 문항 수는 세 가지가 함께 정한다. 쓸 수 있는 높이(A4에서 여백과 머리말을 뺀 나머지), 문제 한 개가 먹는 높이(모양이 정한다), 그리고 아이가 앉아 있을 수 있는 시간.
앞의 둘은 계산으로 나오고 마지막 하나는 아이를 보고 정할 일이다. 계산으로 나오는 부분까지 감으로 맞추느라 종이를 버리지는 말자는 것이 이 글의 전부다.